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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숲으로_루미

숲을지나서 2005. 3. 16. 02:41

삼나무 숲으로

 

 

벗이여, 봄이 왔구나.

우리는 삼나무 숲으로 가야 한다.

거기서 삼나무의 행운처럼

아래로 얼굴 묻고 잠들어 있는 우리의

행운을 깨워야 한다.

 

발 없이 달리는

봄색씨처럼

우리는 발이 묶여 있는 동안에

그 낯선 땅으로 가리라

얼마나 근사한 속임수인가!

 

땅에서 해방된

영혼의 이름은 '앞으로 나아감' 또는

'흐름'이라고 한다.

발이 묶여 있는 그 영혼을 데리고서

우리는 삼나무 숲으로 가리라.

 

오, 잎이여, 가지 찢고

토굴에서 나오는 여린 잎이여.

우리에게 말해다오.

우리도 너처럼 이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말해다오.

 

오, 삼나무여, 땅에서 솟아나

하늘에 닿은 삼나무여.

지존(至尊)하신 이가 너에게 무슨

장관(壯觀)을 보여 주셨는가?

우리도 그것을 보고 싶구나.

 

오, 새싹이여, 자신을 넘어

장미빛으로 돋아난 새싹이여.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

말해다오. 우리도 그럴 수 있도록.

 

이 눈부신 흰빛은 어디서 왔는가?

저 용연향(龍涎香)은

어디에서 풍겨오는 것인가?

저 집의 문은 어디 있는가?

우리는 그 문지기의 노예가 되리라.

 

오, 꾀꼬리여, 네 노래를 위해

나는 모든 것을 주리라.

장미꽃으로 하여 너는 아름답고

너로 하여 나는 아름다웁다.

너의 친절에 무슨 말로 다 감사하랴?

 

오, 정원의 삼나무여,

히지르(Hizir)로 몸을 바꾸어

숨겨진 비밀을 말해다오.

내가 그것들을 진주와 산호로 만든

귀걸이처럼 귀에 달아야 겠다.

 

오, 꾀꼬리여, 장미원에서

비밀을 엿들어라.

소리도 문자도 없는 진실을 들어라.

이야기를 알아 듣겠거든

목소리 다듬어 노래 불러라.

 

비둘기의 구구거리는 소리가 달에 닿았다.

앵무새는 달콤한 말을 억었고

아름다운 그이는 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영혼으로
하여금 그 가락에 취하도록 하리라.

 

(히지르- 신의 비밀을 말해주는 전설의 인물)